대학생 루드빅은 여자친구에게 보낼 엽서에 농담 한 줄을 적었다가 트로츠키주의자로 몰려 자신이 속해있던 사회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복수와 증오로 가득한 루드빅은 군 소속으로 '오스트라바'에 파견되어 석탄 캐는 일을 하고, 그 곳에서 '루치에'라는 여인을 만나지만 그녀와의 사랑도 금방 끝나 버리죠. 세월이 흐른 후 그는 자신을 탄광으로 내몰았던 옛 동료 제마넥의 부인을 만나 복수하기 위해 그녀를 유혹하지만 그의 복수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제마넥에게 복수하기 위해 고향에 돌아오게 됩니다. 고향에서 옛 친구들과 옛 연인 루치에와 만남을 통해 증오와 복수 속에 묻혀 있던 진실을 이해하게 되는데...
*트로츠키주의자: 러시아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혁명가인 레프 트로츠키의 사상을 따르는 사람들
(p. 490) 복수라는 끈. 그러나 이 복수라는 것은 요 며칠 사이에 내가 확실히 알게 되었듯이, 움직이는 자동 보도 위를 달리는 나의 그 질주만큼이나 똑같이 헛될 뿐이다. 그렇다, 내가 제마넥 앞으로 나아가 그의 따귀를 때렸어야 했던 것은 바로 그때, 대학 강당에서, 제마넥이 『교수대 아래에서 쓴 르포』를 낭독하고 있었을 때, 바로 그때였고 오로지 그때뿐이었다. 미루어진 복수는 환상으로, 자신만의 종교로, 신화로 바뀌어버리고 만다. 그 신화는 날이 갈수록 신화의 원인이 되었던 주요 인물들로부터 점점 더 분리되어 버린다. 그 인물들은 사실상(자동 보도는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움직인다) 더 이상 예전의 그들이 아닌데, 복수의 신화 속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제 예전의 얀이 아닌 다른 얀이 역시 예전의 제마넥이 아닌 다른 제마넥 앞에 서 있는 것이며, 내가 그에게 날려야 하는 따귀는 다시 되살릴 수도 다시 복구할 수도 없이 영원히 사라져버리고 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