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DGIST] 밀란 쿤데라가 남기고 간 작품들

세계적인 작가 밀란 쿤데라가 지난 7월 12일, 향년 94세를 일기로 별세하였습니다. 현대 문학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우리에게 깊은 영감을 주고있는 그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그의 작품들을 읽으며 인생의 의미와 인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봐요. 추모하며 함께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클릭 시 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밀란 쿤데라의 작품 목록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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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는 프랑스로 망명한 체코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의 작품을 썼으며, 지난 2023년 7월 12일 향년 94세의 일기로 별세하였습니다. 
 그는 1929년 체코의 브륀에서 태어나 야나체크 음악원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프라하의 예술아카데미 AMU에서 시나리오 작가와 영화감독 수업을 받았습니다. 1963년 이래 「프라하의 봄」이 외부의 억압으로 좌절될 때까지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운동’을 주도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1968년 모든 공직에서 해직당하고 저서가 압수되는 수모를 겪었으며 고국 체코에서 발표한 작품은 『농담』과 『우스운 사랑』 두 권뿐이었습니다.
 그의 작품 중 하나인 『농담』이 프랑스어로 번역되면서 프랑스에서 명성을 얻어 소련 침공과 ‘프라하의 봄’ 이후 역경을 겪고 1975년 체코를 떠나 프랑스로 이주했습니다. 이후 1989년 체코 공산 정권이 무너질 때까지 쿤데라의 작품들은 모국인 체코에서 금서로 지정되었으며, 그는 2019년이 되어서야 체코 국적을 회복했습니다.
  그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생은 다른 곳에』, 『불멸』, 『이별』, 『느림』, 『정체성』, 『향수』 등의 작품을 썼으며, 메디치 상, 클레멘트 루케 상, 유로파 상, 체코 작가 상, 컴먼웰스 상, LA타임스 소설상 등 전 세계 유수의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지금부터 밀란 쿤데라의 작품들 중 5종을 소개해드립니다. 
소개글 아래의 '바로가기' 클릭 시 해당 도서의 서지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1968년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4명의 남녀(테레자, 토마시, 사비나, 프란츠)의 삶과 사랑을 그리고 있습니다. '프라하의 봄'은 1968년 소련군의 프라하 침공 전후를 포함하여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일어난 민주화운동입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과 사랑의 무거움과 가벼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입니다. 

 고향의 작은 술집에서 일하는 테레자는 출장으로 그 도시에 들른 토마시와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전처와의 이혼 이후 진지한 사랑을 부담스러워하던 토마시는 테레자의 연약한 매력을 놓지 못하고 그녀와 함께 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토마시는 여러 여자를 만나는 가벼운 삶을 버리지 못하고 테레자는 질투와 체념으로 괴로워합니다. 소련의 체코 침공 이후 둘은 스위스로 넘어가지만, 테레자는 토마시의 계속되는 외도에 홀로 귀국합니다. 한편, 토마시의 또 다른 연인인 사비나는 조국과 역사의 무게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기 위해 멀리 떠나고, 한 가정의 가장이나 학자로서 안정된 일상을 누리던 프란츠는 사비나의 가벼움에 매료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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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대학생 루드빅은 여자친구에게 보낼 엽서에 농담 한 줄을 적었다가 트로츠키주의자로 몰려 자신이 속해있던 사회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복수와 증오로 가득한 루드빅은 군 소속으로 '오스트라바'에 파견되어 석탄 캐는 일을 하고, 그 곳에서 '루치에'라는 여인을 만나지만 그녀와의 사랑도 금방 끝나 버리죠. 세월이 흐른 후 그는 자신을 탄광으로 내몰았던 옛 동료 제마넥의 부인을 만나 복수하기 위해 그녀를 유혹하지만 그의 복수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제마넥에게 복수하기 위해 고향에 돌아오게 됩니다. 고향에서 옛 친구들과 옛 연인 루치에와 만남을 통해 증오와 복수 속에 묻혀 있던 진실을 이해하게 되는데...

*트로츠키주의자: 러시아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혁명가인 레프 트로츠키의 사상을 따르는 사람들

(p. 490) 복수라는 끈. 그러나 이 복수라는 것은 요 며칠 사이에 내가 확실히 알게 되었듯이, 움직이는 자동 보도 위를 달리는 나의 그 질주만큼이나 똑같이 헛될 뿐이다. 그렇다, 내가 제마넥 앞으로 나아가 그의 따귀를 때렸어야 했던 것은 바로 그때, 대학 강당에서, 제마넥이 『교수대 아래에서 쓴 르포』를 낭독하고 있었을 때, 바로 그때였고 오로지 그때뿐이었다. 미루어진 복수는 환상으로, 자신만의 종교로, 신화로 바뀌어버리고 만다. 그 신화는 날이 갈수록 신화의 원인이 되었던 주요 인물들로부터 점점 더 분리되어 버린다. 그 인물들은 사실상(자동 보도는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움직인다) 더 이상 예전의 그들이 아닌데, 복수의 신화 속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제 예전의 얀이 아닌 다른 얀이 역시 예전의 제마넥이 아닌 다른 제마넥 앞에 서 있는 것이며, 내가 그에게 날려야 하는 따귀는 다시 되살릴 수도 다시 복구할 수도 없이 영원히 사라져버리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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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
<불멸>은 불멸을 향한 인간의 욕망과, 그 불멸로 인해 더욱 깊어지는 고독을 그린 장편 소설로 작품 속 인물과 작가가 만나는 등 소설 안과 밖의 경계를 무너뜨린 서술기법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p. 80) 불멸 앞에서 사람들은 모두 평등하지 않다. 작은 불멸, 말하자면 생전에 알고 지낸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어떤 인물에 대한 추억(모리비아 마을의 그 시장이 꿈꾸던 불멸)과 큰 불멸, 즉 생전에 몰랐던 이들의 머릿속에도 남는 어떤 인물에 대한 추억은 구분되어야 한다. 사실 어느 날 갑자기 한 사람을, 도무지 사실 같지 않고 있음직하지 않은, 그러면서도 이론의 여지없이 가능한 그런 엄청난 불멸에 맞닥뜨리게 하는 생애들이있다. 바로 예술가와 정치가의 생애가 그렇다.

(p. 125) 우리는 불멸을 생각하지만, 죽음과 함께 생각해야 함을 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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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 오랫동안 타지에서 머물다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오디세우스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오디세우스는 그렇게 그리워하던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20년의 세월이 지나 돌아간 고향은 낯선 곳으로 변해있었고, 그에게 있어 고향은 자기의 향수 속에 머물러있을 뿐이었죠.
 <향수> 속 이레나와 조제프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각각 파리와 덴마크로 망명을 했다가 고향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하지만 프라하의 풍경과 사회체제는 그들이 기억하는 모습과 많이 달라져있었고 <오디세이아> 속 오디세우스처럼 달라진 고향을 낯설게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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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의 축제
(p. 147) 이제 나한테 하찮고 의미없다는 것은 그때와는 완전히 다르게, 더 강력하고 더 의미심장하게 보여요. 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은 말입니다, 존재의 본질이에요.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와 함께 있어요. 심지어 아무도 그걸 보려 하지 않는 곳에도, 그러니까 공포 속에도, 참혹한 전투 속에도, 최악의 불행 속에도 말이에요. 그렇게 극적인 상황에서 그걸 인정하려면, 그리고 그걸 무의미라는 이름 그대로 부르려면 대체로 용기가 필요하죠. 하지만 단지 그것을 인정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사랑해야 해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여기, 이 공원에, 우리 앞에, 무의미는 절대적으로 명백하게, 절대적으로 무구하게, 절대적으로 아름답게 존재하고 있어요. 그래요. 아름답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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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해드린 밀란 쿤데라의 작품들은 학술정보관 1층 로비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의 작품들을 읽으며 인생의 의미와 인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봐요.